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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12-28 (금) 10:14
ㆍ조회: 2056  
  무신불립(無信不立)

  2012년을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빌어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을 교수신문(敎授新聞)이 선정발표했다. 소위 우리 사회의 지성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 대학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것이다. “온통 세상이 혼탁하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식인이나 일반인, 지위와 계층을 망라하여 전반적으로 부패한 현상이 팽배하다는 대단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가? 우리 사회는 부정과 술수적 수단주의로 기울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거세개탁이라는 말 다음으로 많은 교수들의 응답이 대권재민(大權在民)’이었고, 세 번째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이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하자면 임진년(壬辰年)의 한국사회가 대통령 선거를 한바탕 치루면서 국가의 권력은 진실로 백성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는 뜻일 것 같다. 한결같이 존경하는 국민이라면서 선거권자들에게 굽신거리면서 한 표를 구걸한 현상을 철저히 보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민주(民主), 곧 국민이 주인이며 주권의 주체라는 사실은 명확한 개념이지만 권력을 잡으면 백성을 우민(愚民) 취급을 하는 현실이 대한민국의 정치역사에 많이 있었다. 그래서 교수들은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싶었던 게 아니겠는가.

  세 번째로 많이 응답한 지식인들의 금년도 우리 사회가 무신불립(無信不立)’으로 했다는 사실. 거세개탁은 초사(楚辭)에서 인용된 굴원(屈原)의 표현 중에서 유래되었으나 대권재민(大權在民)은 옛 고사(古事)에서가 아닌 현대적인 성어(成語)일 뿐이다. 무신불립은 공자의 말로, 논어(論語 顔淵篇)에서 인용된 것이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하여 물었더니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軍備)가 충분하고, 통치자가 백성의 신임을 받는 것이니라(足食, 足兵, 民信之矣)” 고 대답했다. 자공이 다시, “만약 이 셋 중에서 하나를 제거해야 한다면 어느 것이겠습니까(必不得已而去 于斯三者何先)?” “군비이다(去兵).” 자공이 한 번 더, “남은 그 둘 중에서 하나를 꼭 제거한다면 요?” “식량이다. 자고로 사람은 모두가 죽는데, 백성의 신임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느니라(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우리 사회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대단히 깊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사회단체의 지도자들인 공인(公人)에 대한 회의적 태도 또한 비슷한 수준이다.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 지도자의 말은 실행이 뒤따르지 않고, 쉽게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결과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말은 반드시 행동이 따라야 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를 성취해야 한다(言必行, 行必果)” 는 것이 참된 인격자이다.

  유가적인 인격의 사람, 군자라든지 참된 선비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배우고 닦아서 참된 사람이 되는 것, 소위 입인(立人)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공자는 살신성인(殺身成仁)하면서까지 신실한 인격자로서의 인류애를 설파했고, 맹자(孟子)자신을 버리고 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신취의(捨身取義)‘를 강조했던 것이다.

  먹을 것이 없으면 죽는다, 그러나 죽어도 인간이 해야할 의무인 당위성(當爲性)은 면할 수가 없다. 신용이 없이는 살아있다고 해도 스스로 바로 설 수가 없으니 차라리 죽어 편안함만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사람들의 신임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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