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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03-30 (토) 11:59
ㆍ조회: 1572  
  매처학자(梅妻鶴子)

  현대말로 매화 매니아(mania)라 할만치 매화를 사랑했던 임포(林逋/ 967-1028) 시인의 별명이다.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았다는 매처학자(梅妻鶴子)’의 화정선생(和靖先生) 말이다.

   화정은 물론 그가 죽은 뒤에 받은 시호(諡號)이니 자연 속에서 평온하게 은거하며 살았던 사람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매화 시()를 즐겨 읊은 사람들은 북송(北宋) 시대의 임포를 모르는 이는 없다.

   지금의 저장성((絶江省) 항조우(杭州)에는 이름난 서호(西湖)가 있다. 경치도 아름답거니와 소동파(東坡 蘇軾/ 1037-1101)와 같은 사람들의 일화가 쌓여있어 더더욱이나 유명하다. 연전에 나도 두어 번이나 거길 가서 그들을 회상하면서 호수 위의 보트를 타고 옛날을 감상했던 적이 있었다. 매화 시즌이 아니어서 임포의 진가를 체득하긴 어려웠지만 그의 흔적은 더듬을 수 있었다.

   호수 가운데 작은 봉오리 하나 나지막이 떠 있었으니, ()나라 때 소식보다 약간 먼저 살았던 매화 시인으로 이름난 임포(林逋)의 은거지가 되었다는 곳이다. 거기 보트에서 내려 그의 자식과 같았다는 학의 조각을 보며 임포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풀을 엮어 작은 오두막을 하나 틀고는 20여 성상을 거기 거처하면서 매화를 심고 학()을 길렀다 하여 그에게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병이 많았고 끝내 장가도 아니 가고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 삼아 유유자적한 인생을 고상하게 살며 매화시를 많이 남겼다. 화정 임포(和靖 林逋)의 대표적인 시로 알려진 산원소매(山園小梅)를 새롭게 감상해본다.

   

衆芳搖落獨暄妍, 온갖 꽃 다 졌는데 너 홀로 어여뻐라,

佔盡風情向小園. 작은 동산의 경치를 다 차지하였으니.

疏影横斜水清, 성긴 그림자가 비끼니 물조차 맑아라,

暗香浮動月黃昏. 황혼에 달 뜰 때 은은한 향기 풍기네.

 

霜禽欲下先偷眼, 하얀 새 날아 내릴 때 먼저 감상하고,

粉蝶如知合斷魂. 나비였다면 모두 간장이 다 녹았겠지.

幸有微吟可相狎, 가벼이 읊으며 우린 사랑에 빠졌다네,

不須檀板共金樽. 악기나 술통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매화 피는 음력 2월은 아직도 차가운 날씨인데 무슨 꽃들이 있는가, 모두 다 영락(零落)했을 뿐이지만 오로지 매화만이 동산에 가득 아름다움을 선포하고 있었다. 작은 그의 고산(孤山)을 매화들이 독차지하였으니까. 등성한 등걸에 꽃핀 가지가 호수에 비스듬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는 오후. 고매한 매화가 얕은 물조차 맑게 해주는 듯. 그 위에다 황혼이 지고 달이 떠오르자 숨은 향기가 임포의 코에 날아왔으니.

   마치 어여쁜 연인에게 흠뻑 취한 것처럼 그가 매화에 정열을 쏟고 있지 않는가. 장단을 맞출 딱딱이 단판(檀板)이 없어도 매화에 심취한 임포에게는 행복하기만 했다. 음악도 필요없고, 술항아리조차 왜 필요하겠는가? 매화랑 흠뻑 사랑에 취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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