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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01-19 (토) 11:36
ㆍ조회: 2442  
  누실명(陋室銘)

  

  잘 입고, 잘 먹고, 좋은 집에 사는 게 부귀(富貴). 고대광실(高臺廣室)에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도 그 주인의 만족과 영혼의 기쁨이 없다면 진정한 행복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옛 사람들은 한 주발의 밥과 한 바가지 물을 마시고도 고상한 품격의 인생을 노래했다[一簞食一瓢飮]. 좁고 초라한 집에서도 드높은 인품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그 중에 누실명(陋室銘)을 지은 이가 있다.

  “산 높지 않으나 신선(神仙)이 있으면 유명하고, 물 깊지 않으나 용이 있으면 신령하도다. 이 집이 좁다 해도 내 덕이 향내를 날리리. 돌계단에 이끼 푸르고, 초록빛은 발을 넘어 마구 들어온다네. 큰 유학자들의 담소가 즐거우니 보통사람들은 왕래가 없네. 소박한 거문고 고루고, 성인의 책 보기에 좋도다. 관현악기 어지러운 소리 없고, 사무 볼 수고도 없다네. 남양(南陽)에는 제갈량(諸葛亮)의 초가집이 있고, 서촉(西蜀)에는 자운정(子雲亭)이 있네. 공자는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 하셨도다.”

  한자 원문: 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斯是陋室 惟吾德馨.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青,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可以調素琴 閱金經,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南陽諸葛廬 西蜀子雲亭. 孔子云, ‘何陋之有

  유우석(劉禹錫/ 772842)의 유명한 누실명(陋室銘)을 번역해본다.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뤄양(洛陽) 사람이었다. 당나라 때의 정치, 철학가인데 당시로는 진보적인 사상가였다. 민중생활과 서정적인 시인으로 지금까지도 8백수가 전한다네.

  명()이란 고대에 솥이나 쇠 종()에 경계하는 말이나 명심할 짧은 글을 새긴 것이었다. 그것이 후대에 문학적인 한 장르(genre)로 발전했다. 여기 누실명이란 좁은 집을 찬양하는 짧은 시문과 같은 것이다.

  아름다운 대저택에 살고 있어도 인격의 향기가 없는 사람에 대비되는 좁은 집일지라도 인품의 덕으로 향기를 내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어떤 집에 사는 가를 두고 흔히들 고하(高下)를 나누려들지만, 유우석은 그가 거하는 누추한 집에서일지라도 스스로의 덕이 향기를 내는 게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의 소박미가 사방에 푸르고 도회지의 찬란함보다 계단에 이끼가 끼도록 순박한 시골집, 발 사이로 비쳐드는 녹색 풍광이 평화롭기만 하다. 거기 찾아오는 친구들이 학문도 깊고 인품도 빼어난 사람들이 어우러 대화하며 웃는 분위기를 상상해 보라. 평민(白丁)은 끼이지도 못한다.

  수를 놓고 도안을 곱게 물들인 화려한 악기들도 아닌 무색무채(無色無彩)의 거문고 하나, 그러나 떠들썩하지 아니한 소박한 음악으로 족하다. 많은 책들보다 금궤에 소중히 보관하는 불경이나 고귀한 경전(經典)을 읽는 깊이가 있다. 벼슬에서 물러난 유우석은 친구들과 함께 유유자적하였으니, 업무에 분주하고 시달릴 이유조차도 없었다.

  이즈음 서울 도심의 너댓 평 되는 나의 누실(陋室)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책이랑 자료와 컴퓨터 부품 등이 불어나면서 비켜가기조차 힘드는 처지가 되네. 유우석의 초가집 누실이야 방문 밖엔 무한공간이 펼쳐졌겠지만 11층 문밖엔 공용의 복도가 있을 뿐이다. , 그래도 내면의 덕()이라도 빛이 날 수만 있다면.......

  누추한 집이지만 제갈공명이 살았던 남양의 초가집은 어떠했나? 서한(西漢)의 저명했던 문학가 양웅(揚雄/ 53-18BC), ()가 자운(子雲), 지금의 청두(成都)에 살았던 사람은? 항간에선 자운정을 초현당(草玄堂)이라 불렀었다, 초가집 어둑한 집이란 뜻이 아닌가. 초라한 거주에도 위대한 정신이 깃들였으니 유우석의 누실 역시 그들과 나란히 비교될 수가 있지 않나!

  공자님도 논어(論語 子罕)에 그랬다, “군자가 사는 곳이라면,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君子居之, 何陋之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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