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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03-27 (일) 06:31
ㆍ조회: 2598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순수한 우리 속담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노자(老子)를 읽다가 보니 같은 말이 이미 있었다. “천리 길도 발밑에서 시작한다(千里之行 始于足下).”

  노자의 문맥은 이렇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터럭 같은 묘목에서 성장했고, 9층 누대도 흙더미 위에서 쌓아올리며, 천리 길도 발밑에서 시작한다(合抱之木 生于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千里之行 始于足下).” 한비자(韓非子)도 비슷한 맥락으로 표현을 했다. “천리 제방도 개미굴에 무너진다(千里之堤 溃于蟻穴).”

  날로 쌓고 달로 늘리며(日積月累), 작은 물이 모여 못을 이루고(積水成淵), 흙을 모아 탑을 만들며(聚沙成塔), 여우 겨드랑이 털을 모아 귀한 갖옷 만들고(集腋成裘), 티끌모아 태산이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積少成多)는 동질의 표현들이다.

  옛 사람들이 중국 글에서 읽은 것으로 자꾸 말하다가 보니 우리의 속담이 되었을까? 조선후기의 학자 다산(茶山 丁若鏞/ 1762-1836) 선생이 우리 속담을 한자(漢字)로 번역해 놓은 것이 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은 일일지구 부지외호(一日之狗 不知畏虎),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삼세지습 지우팔십(三歲之習 至于八十)이라고 한역(漢譯)을 했다. 여유당 전집(與猶堂全集)의 이담속찬(耳談續纂)은 중국속담 170개에 우리속담 210개를 더하여 만듵 내용이다. 대개 한자 8자로 우리 속담을 만들고 또 한문으로 설명을 달았다.

  인간의 상식적인 사고는 대개 그 기본이 비슷할 수 있다. 마치 성서의 예수가 한 말 중에는 공자의 말과 똑 같은 내용도 있지 않던가. 그게 전혀 서로 전해질 수 없었던 고대의 상황인대도.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마태 7:12).” 공자는 이랬다, “내가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를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 위령공(論語 衛靈公) 편에 보면 자하(子夏)가 공자에게 물었다. 일생 행할 말씀을 한 마디로 할 수 있습니까(有一言而可以终生行之者乎)?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이 너그러운 용서이다.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其恕乎. 己所不欲, 勿施于人).”

  하긴 우리가 빈번히 중국과 왕래하면서 가장 가까운 지리적 조건 아래서 수천, 수만 년을 살다가보니 생활양식에 있어서도 서로 흡사한 문화적 의식이 아니었겠는가. 우리와 언어도 공통점이 많기도 하니까. 실제로 수많은 일상의 표현이라든지 격언들이 오버랩(overlap) 되면서 같은 것을 말하기도 하는 실상이다.

  천리 길은 정말 아득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천리라면 대략 400km이니 서울에서 부산 사이 정도다. KTX를 타면 지금이야 세 시간도 안 걸리지만 예전에는 천리마(千里馬)를 탄다고 해도 온 하루를 벅차게 달려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말은 전설에나 있고, 일반적인 도보로는 날마다 걸어서 최소한 열흘 이상은 가야했다.

  반드시 특정 거리를 지칭하기보다는 아주 먼 길을 천리로 표현했다. 그 아득한 천리 길을 떠난다면 대단한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으랴. 그러나 이 속담은 그 먼 길조차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게 되고, 마침내는 갈 수 있다는 의미도 지닌다. 물론 시작이 중요하다는 의미이지만 말이다.

  한 번도 100리 길조차 하루에 걸어본 경험은 없다. 그래도 그 절반의 거리는 힘들게 보행했던 적이 있는데 실로 고단했다. 처음 한 걸음 내디딜 때는 아득하게 느껴졌지만 도착하고 나면 생각보단 쉬웠던 감이 들었으니 시작이 중요했음을 느낄 수는 있었다. 얼마나 멀리 가려는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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