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진송 최씨 할머니 조선일보 기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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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진송 최씨 할머니 조선일보 기사 소개

송관규 0 3218

2013년 4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용헌 살롱]  변산 솔씨 서 말

입력 : 2013.04.07 22:46

조용헌
전주 시내에 남아 있는 객사(客舍)의 현판에는 큰 글씨로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고 쓰여 있다. 특이하게도 이 글씨는 조선 사람이 아닌 명나라 사신 주지번(朱之蕃)이 쓴 것이다. 주지번은 자신의 평생 은인인 표옹(瓢翁) 송영구(宋英 )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고향에 큰 맘 먹고 내려왔던 것 같다.

그 표옹에게 며느리가 새로 들어왔는데, 그 친정 역시 전북 변산(邊山)의 내노라하는 집안이었던 모양이다. 며느리 친정에서는 딸 셋에게 각기 유산을 물려 주었다고 한다. 큰딸에게는 엽전 한 말을 주었고, 둘째 딸에게는 중국의 명품 벼루였던 단계연(端溪硯), 셋째딸에게는 변산의 소나무에서 채취한 솔씨 서 말을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주었다.

변산반도 지역은 해풍이 불어와 질 좋은 소나무 산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고려 때 여몽 연합군이 일본에 원정을 가려고 선박을 만들 때도 변산의 소나무를 벌목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350년 전쯤에 변산에서 시집온 이 며느리가 친정에서 가져온 솔씨를 익산시 왕궁면 일대에 심었다. 지금의 익산 인터체인지(IC) 부근이다.

진천 송씨(鎭川宋氏) 집안에선 대대로 이 소나무를 정성스럽게 관리하였음은 물론이다. '금송입의'(禁松立議)라는 문중 규약을 만들어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했다. 소나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송금유사'(松禁有司)라는 직책을 만들어 놓을 정도였다. 태풍에 쓰러지거나 해충 피해를 입어 고사하게 생긴 소나무, 또는 종중 건축용으로 부득이하게 베어야 할 나무는 사전에 그 나무에 표시를 했다가 문중 합의를 얻어 베도록 정하였다.

이러한 소나무 보호 규약을 담은 책이 별도로 내려오는데, 그 책 이름도 '철권전서'(鐵卷傳書)라고 한다. 책장을 함부로 뜯지 못하도록 책을 메는 부위를 노끈으로 매지 않고 쇠로 메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왜정 때 일본 사람들이 송씨들의 이 소나무를 많이 베어 가 버렸지만 350년 전 최씨 할머니 당대에 심은 35m 높이의 '삼정승 소나무'는 아직도 살아 있고, 원조 소나무의 3, 4세대 손자 소나무들은 지금도 1만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4월은 나무 심기에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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