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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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혁 0 3207

<?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220pxsusan_boyle_nov_20095b15d.jpg 2009년의 수잔 보일

  못생긴 사람은 거들떠 보려들지도 않는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에는 미용과 패션이 큰 몫을 차지하지 않나. 남자도 정형수술을 하는 건 잘 생긴 남성을 선호하는 여자들의 편향성을 보여주는 단면을 나타낸다.

  결국 그런 시각의 편견에 물들어버린 우리의 눈이 진정한 인격이나 그 사람 내면에 가득한 능력과 재능조차도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며, 무시되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외모로 판단하는 편견의 두드러진 한 사건이 영상매체를 타고 히트를 쳤던 적이 있었다. ‘외모의 판단(judging by appearance)’이라는 현대적인 비유가 된 영국의 수잔 보일(Susan Boyle)의 이야기.

  2009년 영국의 특별 TV 프로그램인 대영국인의 재능(Briton’s Got Talent)’ 경선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재위 60주년 다이아몬드 주빌리(Diamond Jubilee) 축제 퍼레이드가 열린 성대한 윈저 궁전(Windsor Castle)에서도 그녀는 여왕을 알현하고 노래를 부르는 영예를 차지했다.

  그것을 두고 전문가들조차도 육체적 매력과 외모의 표상에 망령(妄靈)에 사로잡힌 대중문화 속에서 재능과 예술의 승리라고 말한다. 외양에 치중된 사회조류를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러기에 수잔 보일의 경우가 바로 큰 교훈이 되고 웅변적 예증으로 부상했다.

  천박한 모습 때문에 그녀가 무대에 처음 섰을 때는 심판들과 청중들이 모두가 오리처럼 꽥꽥거리는 소리나 질러댈 거라는 식으로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블랙번(Blackburn). 꿈이? 전문 가수(a professional singer)가 되는 거. (뭐라구?) 몇 살인데? “마흔일곱!” (뭐어?) 심사원 셋도 관중들도 냉소의 낯빛이 확연한 눈치로 화면에 드러난다.

  수수한 모습에 좀 뚱뚱하고 촌스러운 스코틀랜드의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하랴. 낙오자나 될법해 보이는 외양이라 별 볼일 없는 후보자로 나타날 뿐. 우스꽝스럽고 능욕(凌辱)의 인상을 받았는데, 전혀 예기치 못하게 시리 그런 치욕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승리의 개선가를 부를 줄은 하느님만 알았으니!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뮤지컬과 영화에 핵심적인 노래 나는 꿈을 꾸었다네(I dreamed a dream)’를 불렀다. 무시할 정도의 기대치로 살얼음이 낀 냉대의 장내를 휘저은 그녀의 메조소프라노는 난데없는 천둥처럼 청중을 뒤흔드는 게 아닌가. 첫 가락이 울려 나오자 잠결에서 화들짝 깬 듯 관중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판이고 관중이고 열광의 기립박수를 노도처럼 퍼붓고, 심판 세 사람은 최대의 찬사를 다하여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은 감탄을 억누르질 못한다. 겉모습의 인상으로만 생각했던 선입견을 다 부순 관중들은 속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실로 수수한 사람의 승리, 보통사람의 이 짧은 공연 성공담이 텔레비전 매체를 통하여 일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국에서 미국, 세계로, 유명한 텔레비전 호스트(hosts)들이 부리나케 초청을 했고, 그녀의 음반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음악 차트(Charts)에서 최상을 차지하면서 일약 세계적 가수가 될 줄이야!

보일은 결혼도 해보지 못한 채 십 수 년 전 아버지가 죽고 늙은 어머니를 200791세로 사별할 때까지 혼자 봉양했던 효녀였다. 어머니가 세상 떠나자 사나흘 동안은 바깥을 나오질 않았으며 전화도 안 받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을 정도로 슬퍼했다는 것이다.

  고향 블랙번(Blackburn)에서 천주교인으로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하고, 노인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일에 자원봉사를 하며 살아왔다. 2010년 스타가 되기까지 그녀의 일과는 그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평범한 나날이었을 뿐이었다.

  흔히 그렇듯 유명해지고 나면 화제 거리도 많은 법. 그녀의 행운이 가져온 많은 돈은 변호사와 질녀 등 몇 사람으로 구성된 관리 팀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 그녀가 잘 쓰지 못한다는 둥, 새 집을 두 채를 사고, 아이폰(iPhone)과 그랜드피아노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전문 의상디자이너에 의한 여섯 벌의 드레스를 샀다는 둥.

  9남매의 막내인 수잔은 오빠 게리(Gerry)를 소송할 정도로 그가 수잔에 관한 이야기를 언론에 팔아먹기까지 한다는 소문도 있다. 게리는 수잔이 너무 두려워하는 나머지 돈을 묶어놓고 잘 쓸 줄 모른다며 아주 평범한 그녀가 수백만 파운드의 큰돈의 개념조차 없으며, 연예인이 된 계약을 잃을까봐 걱정을 한다는 말까지 퍼뜨린 모양이다.

  작년 11, 인터넷 데이트를 통해 사랑을 구한 적이 없는가는 질문에는 두려워하며 대답했다네, “이 행운을 알면서 데이트하러 나간다면 내 사지(四肢)가 블랙번 동네 쓰레기통 여기 저기에 흩어질지도 모를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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