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잡은 학자 죽계공 諱 광보 조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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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잡은 학자 죽계공 諱 광보 조부(1)

송은도 0 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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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잡은 학자
송광보(宋匡輔)는 호를 죽계(竹溪)라 하여 고려조 제 三十一대 공민왕 시절의 사람이다. 나중에 벼슬이 상서에까지 이르렀다.

하루는 호남지방 어느 마을에 이르렀는데 날은 저물고 몸이 피곤하여 그 근방 어느 부잣집을 찾아 들어가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주인과 이 얘기 저 얘기 하기에 정신이 없던 차에 부지중 밖을 내다보니 밤은 깊어 고요한데 달빛이 유난히 밝아서 대낮과 같았다.
죽계는 별별 가지 감회도 일어날뿐더러 달밤 경치나 구경할 차로 영창을 열고 슬며시 밖으로 나와 뒤뜰 동산위로 올라갔다.
죽계가 동산 위를 거닐면서 원근 경치를 두루 살피던 중에 우연히 그집 안채 용마루 위를 힐끗 바라보니,, 지붕 위에 무서운 살기가 충일하고 끔찍스런 요기가 공중으로 살같이 뻗쳐오르고 있었다.
죽계는 마음 속으로 혼자 괴이하게 생각하면서 그 즉시로 사랑으로 돌아와서 그 집 주인을 깨워 일으켰다. 그리고 잠을 깨운것을 사과하고 이 집에 긴급한 일이 있어서 그리되었다고 했다.
“천만에 별말씀을 다 하시는군요, 우리 집안에 긴급한 일이라니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하고 나이가 죽계보다 두 세 살쯤 위가 되는 주인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죽계는 방금 본 요기가 서려있더란 말을 했다.

주인은 몹시 의아하게 여기는 눈초리로 죽계의 얼굴을 뚤어지게 바라보면서, “내 집 안대청 지붕 위에 살기가 뻗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알 수가 없소이다. 어디 내 들어가 보고 나오리다.”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여보, 살기고 요기고 내 눈에는 도무지 보이질 않는데 노형은 어떻게 보았기에 눈에 그런 것이 보였단 말씀이요. 난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걸요?.” 하고 주인은 다시 죽계의 말을 몹시 의심스럽게 여기는 눈치였다.
“그 기운이 지요지악(至妖至惡)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같이 댁 용마루 위에 그런 살기가 뻗치는 것은 필연코 댁에 요물이 숨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요물을 일찌감치 처치해 버리지 아니하면 금년안에 댁에는 큰 화가 미칠 것인데 내가 그것을 보지 못했으면 모르겠소마는 일단 본 이상에는 그냥 지내쳐버릴 형편이 못되므로 사실대로 말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이르는  말을 행여 소흘히 여기지 마십시오,” 하고 정색을 하면서 말하였다.
그러나 주인은 그래도 죽계의 하는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내가 이집을 새로 지은지 두해째 되지오마는 그동안엔 병도 없고 아무 탈이 없을뿐더러 해마다 재물이 늘어서 오늘날과 같이 부요하게 된 터인데 노형의 말과 같이 내 집에 요물이 있다하면 이같은 복록을 누리지 못하게 됐을 게 아닙니까. 나는 암만해도 노형이 잘못 생각한 줄로만 아는 걸요.” 하고 자기 고집을 내 세웠다.
“그 말씀도 그럴 듯하긴 합니다마는 옛 어른 말씀에 오늘날 넉넉한 것만 가지고 내일의 없어질 것을 잊지 말 것이요, 오늘날 안락한 것만 생각하고 내일의 위급한 일이 있을것을 잊지말라 하는 말씀이 있는 것과 같이, 오늘날 주인댁이 안락 태평하시고 누거만의 재산이 있으시니 지금 앉아 생각하시면 더할 나위 없이 복록이 무궁하시지만 내일 낱부터는 낙이 면하여 근심이 되고, 복이 변하여 화가 될지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이토록까지 말씀을 하는데도 내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마는 조금이라도 내가 지금 하는 말씀을 믿으신다면 내게 그 요기를 없앨 것을 허락해 주시어 한번 시험해 보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죽계는 그 이상 더 말하지 아니할 작정으로 아주 딱 잘라 말했다.

죽계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에는 아무리 고집이 센 주인으로도 주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죽계를 보아하니 나이는 이십 이내이나 무슨 재주를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자기 집안에 화근을 없애 준다는 바람에 죽계에게 머리를 숙이지 아니할 수 없었다.
“내 집안 일을 위하여 그토록 까지 정성스레 권하시니 내 어찌 노형을 더 의심하겠소이까. 어쨌든지 내 집안 안에 별 탈만 없게 해주십시오”

주인의 이같이 청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죽계는 “댁의 식구가 모두 몇 분이나 되는지 우선 그것부터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물었다.

주인은 죽계가 묻는데로 “내 정실 아내와 소실 하나가 있고 정실 소생으로 열 다섯 살 된 아들 하나와 비복 너덧 명이 있을 뿐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댁에서 부실 되는 어른을 어느해 어느날 어느곳에서 모셔 왔는지 좀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

“그거야 어려울 것 없지요. 올 봄에 내가 채약을 하려고 어느 깊은 산 속에 들어갔던 일이 있었는데, 하루는 채약을 하다가 날이 저물어서 산속에서 인가를 찾아 돌아다니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산속으로 여러 시간을 헤매이던 끝에 천만 뜻밖에도 산기슭에 조그마한 오막집 한채가 있기에 그집으로 찾아가서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했구먼요. 그랬더니 얼마만에 대문이 사르르 열리면서 얼굴이 어여쁜 미인 하나가 반가이 나와 맞아들입니다 그려. 나는 그때 여호에게 홀린 사람 모양으로 아무 정신없이 그 여자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행인지 불행인지 이상하게도 그 집안에는 남자도 없고 또 딴사람도 없이 오직 그 여자 한사람 뿐입디다. 나는 그 여자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나자, 궁금증이 나서 어째서 이런 깊은 산속에 홀로 지내느냐고 묻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여자 말이 입산치성차로 와서 있노라 하더구먼요.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그런줄로만 믿고 있는 판에 급기야 자리에 눕게 되니까. 그 여자가 먼저 내게다 마음을 두고 덤벼드는구먼요. 그러니, 산속 무인지경에서 꽃 같이 아름다운 여자와 단둘이 한방에서 밤을 지내게 되는 판에 여자가 먼저 선손을 거는 바에야 그냥 무사할 리가 있었겠습니까. 이 하룻밤 사이에 맺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여자와 나는 백년의 가약을 굳게 맺고 그 이튿 날 그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서 소실을 삼아 오늘 날까지 한집 안에서 동거하는 중이지요. 내가 소실을 얻게된 내력이 바로 이렇습니다. ” 하고 주인은 새삼스레 그 소실을 처음 만나던 날, 밤 일이 생각나는듯 싱그레 혼자 웃었다.
죽계는 주인의 얼굴을 둟어지게 바라보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바 있으니, 주인은 소생을 내실까지 인도해 주십시오. 그러면 좋은 도리가 있을 것입니다. 만사를 다 내게만 맏기시고 나를 꼭 믿어 주십시오.” 하고 진심으로 말했다.

주인은 의심쩍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나 죽계의 하는 행동을 본 후에 조처 하리라 하는 생각으로 즉시 죽계를 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죽계가 주인과 함께 내실로 들어서자 마자 주인의 소실이 죽계의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애그머니!” 소리를 한 마디 지르고는 그 자리에 푹 엎으러저 버렸다.
주인은 너무도 놀랍고 의심쩍어서 온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놈, 너는 대체 어떤 놈이기에 손도 대지 않고 멀쩡한 사람을 이 모양이 되게 하느냐!” 하고 펄펄 뛰는데 금방 달려 들어서 죽계를 때려 죽일 만한 형세이었다.

이 소란 통에 집안이 발끈 뒤집혀서 주인의 정실부인도 뛰어 들어오고, 비복들도 와르르 몰려들어 왔다. 계집종 두어명이 쓰러져 있는 소실을 부측해 일으키려고 달려들더니,
“에그머니! 여호야! ”

“에그머니! 이게 왠일이야! ”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제야 주인 내외는 물론이요, 다른 비복들까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쓰러져 있는 소실을 자세히 바라보니 과연 그것은 사람이 아니고 구미호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 이게 어쩐 일이요?” 하고 주인은 사지를 벌벌 떨면서 죽계에게 다시 묻는데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고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내가 아까 주인께 말씀하던 요물이 즉 이것 입니다. 원래 여호라는 짐승은 천년을 지내면 사람으로 화해서 뭇 사람들에게 화를 끼치는 것입니다. 노형이 그런줄 모르고 이 요물에게 속았던 것이니, 내가 오늘 이것을 처치하지 안했던들 올 해 안으로 노형 댁은 상망의 환난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비록 나이는 어리나 일찍이 성인의 도를 배웠기 때문에 이러한 사물이 정을 감히 침범치 못하게 한것 입니다.” 하고 죽계는 일장 설명을 하였다.

그제야 주인은 먼저의 자기가 경솔했던 것을 깊이 사과하고 주인 내외를 위시하여 여러 비복들까지 신인이라 일컬으며 죽계에게 백배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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