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종중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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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종중 둘레길

송병혁 0 3031

둘레길이 근래 관광지에서 유행이다. 서울 근교의 북한산 둘레길이 이미 그러하였고, 최근에는 제주도의 올레길이 각광을 받고 있지 않는가. 일전에 우리 진송의 우산종중 둘레길을 걸을 기회가 있었다.

등산과 관광지의 목적이 대개 그렇지만 우산종중은 선산(先山) 순례의 편의를 위하여 2011년에 새로 닦은 뉴 칸셉(a new concept)이다. 전통적으로 이슬을 차고 서리를 밟으면서 이 산 저 산 선조의 시향을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산 높고 길이 가파르면 현대인들이 시제(時祭)에조차 잘 오려고 들지를 않는 경향이다.

바쁜 세상, 온갖 현실이 다원화되고 살기 위한 관심사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가 가진 내 차(my car)로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당일에 곧 바로 산소 앞으로 자동차를 진입하여 선영을 배알(拜謁)할 수 있다. 멀리 우거진 숲속에 찾아가기 힘든 묘소들이 묵어가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한 곳에 선조의 묘소들을 집합시키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순흥안씨(順興安氏)의 영주 묘역에 수많은 산소들을 집결했다는 것이다. 소문중에서는 납골당으로 한 곳에서 제사를 지내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산소들은 그대로 있는 곳에 둔 채로 건드리지 아니하고 한 곳에 단비만 세워서 한꺼번에 한 자리에서 시향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니까.

그러나 우산종중은 반천년(半千年) 상자지향(桑梓之鄕)이 비산비야(非山非野)의 명당(明堂)에 위치하여온다. 누구나 이미 용이하게 찾아갈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 산소와 저 산소를 이어 가려면 관목(關木)의 그루터기를 밟고 수풀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했다. 그조차 더욱 편리하도록 너비 5m 정도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이어서 지난해 설비한 것이다.

종강(宗岡)날 입향조(入鄕祖 善文) 유택(幽宅)에서 표옹공(瓢翁公 英耈)의 묘소까지는 근년에 포장을 한 상태였으나 거기 사강(四岡)날에서 단성공(丹城公 興詩) 산소까지는 새로 닦아서 둘레길을 금번에 완성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몇 차례 시향에 참사하면서 옷자락이 나뭇가지에 긁히던 지난해와는 달리 발길이 아주 편안하였다. 시향 참배에는 스니커나 등산화가 필요할 정도로 가파른 산을 가야하는 경우를 나는 종종 경험했다. 그런데 여기는 자동차가 산소 바로 밑에까지 진입할 수 있는가 하면 무거운 떡틀과 제물조차도 경운기로 편리하게 운반하였으니 풍수지리는 고사하고라도 정말로 명당자리라고 해야할 것 같다. 게다가 금상첨화(錦上添花)로 이렇게 둘레길까지 모두 잘 연결했으니 모두가 단숨에 다녀갈 수 있는 선산이 되었다.

소문난 호남(湖南)의 명당이라는 지관(地官)들이며 향교나 유림(儒林)들이 견학을 전국적으로 이미 몰려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둘레길로 단장을 하므로 견학과 관광객들에게 아주 수월한 편의까지 제공한 셈이다. 새로운 개념의 발상이 훌륭하지 아니한가! 점점 아름답게 단장한 우산종중의 선산이 자랑스럽다.

오래 보전되는 표지판조차 품위 있게 갈림길과 묘역마다 세웠으니 어느 선영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도 초행자에게조차 편리하게 해준다, 우산종중의 새 둘레길이. 후손은 물론 진송 종인들도 소풍처럼 한 바퀴 후딱 드라이브를 하고 둘레길을 새로 한 번 돌아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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