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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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송병혁 0 3483

눈이 많이 온다는 이 대설(大雪)에 크리스마스트리에 반짝이를 켜고 캐럴을 들으면서 백설의 크리스마스를 꿈꾼다. 12월이면 모두 이 노래를 듣지 않나. 고인이 된지 오랜 빙 크로즈비(Bing Crosby/ 1903-1977)의 차분한 이 노래는 1942년 이래 1억의 레코드가 팔려서 기네스북에 올랐을 정도.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

Where the treetops glisten and children listen

To hear sleigh bells in the snow.

백설의 크리스마스 꿈을 꿉니다.

내가 알았던 것처럼

나무마다 반짝이고 또 아이들은

눈 속에서 썰매의 방울소리 들었지요.

왜 그럴까? 나도 지금 반복해서 들으며 이 글을 쓴다. 징글벨(Jingle Bell)처럼 신나지도 않고, 오 거룩한 밤(O Holy Night)만큼 웅장하지도 않다. 오히려 이 캐럴(Carol)은 멜랑콜리하고 어딘지 애조의 감상이 들지 않는가.

흥을 돋우는 데는 맞지 않고 잠이 오지 않거든 나직이 감상하라는 조언까지 유행할 정도로 졸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팔린 레코드판이고, 어김없이 성탄 시즌에는 누구나 쉽게 듣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And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With every Christmas card I write

May your days be merry and bright

And may all your Christmases be white.

백설의 크리스마스 꿈을 꿉니다.

성탄카드마다 내가 쓴다오,

기쁘고 밝은 그대의 날들이 되라고

모두의 성탄절이 하얗게 빛나기를 소원합니다.

하얀 낭만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며, 우리 모두의 순박한 꿈 때문이다. 이것은 성탄 찬송도 아니고 아기 예수를 찬양하지도 않으니 반드시 종교적이지도 않지만 성탄절에는 반드시 부르는 의례(a ritual)같이 꼭 듣게 된다. 차가운 겨울날 온 천지가 꿈의 동산처럼 흰 눈으로 뒤덮인 그런 동화의 세계를 우리가 꿈꾸기 때문이다.

이 지상 4분의 312월에 흰 눈이 내리는 걸 볼 수 없다. 이 노래가 히트하기 시작한 미국에서조차 북쪽 지역에만 성탄절에 눈이 온다. 그래도 세상은 이를 또 들으면서 온통 천지가 하얀 백설의 성탄절이기를 소망한다. 이렇게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잠재적 향수이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고, 동경의 백설천지를 희구하는 연고로. 깨끗하고 하얀 우리의 꿈이 되살아나는 염원이 있어서다.

복잡한 세계, 경쟁과 분열로 얼룩진 사회, 탐욕과 질투가 뒤범벅인 세상을 하얗게 감싸고 순수한 경이의 세상(the Wonder World) 속에 파묻힌 평화의 이상을 소원하기 때문이다. , 성탄절 아침 창가의 커튼을 열어보는 어린아이처럼 나도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경험하게 될까? 이 평화로운 내 마음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오늘 흥얼거리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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