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 식해(食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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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식해(食醢)

송병혁 0 3497


속초 해변 청호동(淸湖洞)은 함경도 사투리도 물씬한 실향민(失鄕民) . 아바이 순대 먹으러 당일 코스로 경춘 고속도로를 단숨에 달렸다. 마침 점심시간. 탤런트 강호동이 와서 지난해 TV에 방영되었다며 식당마다 사진을 붙여두고 자기네서 먹었단다.

믿을 수 없어 차라리 뒷골목 한적한 함경도 말이 자연스런 한 할머니 집으로 들어갔다. 아바이 순대가 뭐 그리 다를까마는 유명하니 오징어순대랑 가득 내왔다. 함경도라면 빼놓을 수 없는 식단인 가자미식혜가 있지? , 좁쌀 밥에 가자미 토막을 삭힌 김치!

순대는 이제 공장에서 만들어온다지만 식혜는 할머니가 손수 담갔으니 정말 맛있다. 흔히 가자미식혜(食醯)라고들 표현하는데, 가자미식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감주(甘酒)라고도 하는 밥을 엿기름으로 만든 달콤한 식혜(食醯)는 초 혜()자를 쓴다. 고기나 생선으로 담그는 젓갈인 경우는 젓갈 해()자를 쓰니까 가자미로 만든 이 경우도 식해(食醢)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 런지.

함경도의 특색 가자미의 옛 이름이 가어(加魚), 넙치의 접어(鰈魚)였다. 그 둘을 합쳐서 가접어(加鰈魚)라 하고, 그 말에서 가재미, 가자미로 화했을 것도 같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 전설에 전처 자식을 몹시도 구박하다 죽은 계모가 가자미로 환생했다 하여 갖(가짜) 어미, 가짜 어미라는 말이 진화하여 가자미가 되었다는 추론을 했다. 그러니까 하도 눈을 한쪽으로 흘기어 가자미눈이라 하듯 했겠지.

세상에나, 한 접시 빨간 식해를 둘이서 다 먹었으니 배와 입이 얼얼하지만 참으로 기뻤다. 맵고 짠 것이 나의 식단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데도 오늘은 예외, 그 맛을 무엇으로 표현하나. 어려서도 먹어보질 못했고, 한 번도 우리 집에서는 담글 생각조차도 못했지만 간혹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이를 특별히 좋아한다.

바다 얕은 모래바닥 같은 데서 널리 분포하여 세상에는 넙치(flounder) 종류가 100여 종에 이른다니 아주 흔한 어류. 맛있는 광어에서 도다리, 가자미 우리네 어종도 다양하다. 해안이 길게 늘어진 함경도의 바다에도 많아서 예부터 겨울이면 가자미로 김치를 담갔던 이 가자미 식해가 함경도의 고유한 미각.

김일성 생전에 가자미식해를 함경도 특산물로 지정했다니 북한에서도 꼽히는 명물인 모양이다. 달콤하다고 해야 할까 살짝 삭힌 가자미를 씹는 맛이 여간 독특하고 향긋할 수가 없다. 좁쌀이 씹히고 매콤하게 먹는 이 함경도 김치가.

가시가 강하지 않은 소위 물가자미라는 종류가 이 식해를 만드는 주된 재료. 청량리 홍릉(洪陵)에 살았던 함경도 사람의 집에서 내가 생전 처음 먹어보고는 참 좋아했었다. 좁쌀 밥에 가자미 토막이 삭혀진 가자미식해가 색다르면서도 맛이 당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1969년쯤이었으니 40년도 넘었다. 안동의 독특한 식혜(食醯)가 고춧가루가 들어가서 별나듯이 함경도 가자미식해에도 좁쌀이 든 김치라서. 요사이야 서양풍속으로 밀려온 갖가지 요구르트(yogurt)가 있지만 실상 우리네 음식에도 일찍이 요구르트와 비슷한 효소(酵素) 식품이 있었다.

식혜(食醯)가 그렇고 막걸리며 김치가 효소식품이 아닌가. 가자미식해도 엿기름가루를 섞어서 삭힌다니 어김없는 효소식품이라 발효된 요구르트와 같은 가치. 가자미가 삭아서 단백질과 칼슘도 많겠지. 아바이 마을 가자미식해가 좋아 2만 원짜리 한 통을 할머니에게서 또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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