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백의 금년 시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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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백의 금년 시제는

송병혁 0 3967

아마도 우리 송문(宋門)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는 시조 시향제(時享祭)일 것이다. 해마다 1백여 명 이상이 모이는 제례에 금년에는 특별히 송광호(宋光浩) 종인이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처음 참사(參祀)하였다. 그래서 더 영광스런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제관이 다 중요하지만 국사(國事)에 직접 참여하는 직책인 만큼 그 사회적 직위로 인하여 우리 시제에 빛이 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출세가 스스로 각고(刻苦)의 노력의 열매이지만 동시에 선조(先祖)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서 제사에 참배하는 일은 본인에게 예의바르고 후손된 좋은 효제(孝悌)가 아닌가. 그의 참여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텐트까지 준비를 했으나 다행히 끝내 비는 아니 왔고 도리어 포근한 날씨에 바람 한 점도 없이 아주 제향에 적절한 기후가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선조의 은혜와 많은 종인들의 희구한 염원이 성취된 듯 모두 기분 좋은 분위기였다. 송광호 의원이 오자 주최 측에서도 예를 차려서 모처럼의 참여라고 초헌관(初獻官)을 시켰다.

뒤늦게 족보 서열에서 가장 맏집이 되는 전서공파에서 대종손(大宗孫)이라는 명칭으로 얼마 전부터 초헌관을 시켜오는데 마침 오늘 무슨 연고인지 불참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여러 번의 권유에도 끝내 겸손히 사양하였다. 그래서 성배(成培) 전서공 파종회장이 초헌을 했다.

송광호 의원의 겸양한 덕목이 더욱 빛이 났다고 하겠다. 처음 참사하면서 덥석 초헌관이 되면 행여나 직위 때문이라는 인상을 줄까봐 사양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것은 더욱 그의 품위를 돋보이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진천백 시제에서는 헌관 문제로 시비도 있었고 심지어 틀어져서 제사도 지내지 않고 돌아 가버리는 경우도 발생했다네. 그런데 이런 겸양한 사양의 미거(美擧)는 아름답다고 해야 한다.

자신의 지위나 신분 때문에 헌관이 되는 것보다는 보다 합리적이고 전통적 예의와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사람이 헌관으로 참여케 함이 옳기 때문이다. 예를 잘 갖추는 성씨들은 시조 시향에 헌관은 1년 전부터 정해놓고 미리 준비하고 예행연습까지 철저히 해서 제례가 보다 더 경건하고 품위 있게 하기도 한다. 그런 것은 본 받을 만하지 않는가.

우리도 과거에는 재실에서 하루 전에 제관들이 미리 와서 잠자기 때문에 전날 저녁부터 헌관선정을 논의하기도 하고 시제일 아침에 정하기도 했다. 근년에는 대개 시제 직전 아침에 분정(分定)을 하는데 아마도 1년 전에나 적어도 몇 개월 전에 정하여 준비케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송광호 의원이 오자 지금 혁신도시 정지작업을 진행 중인 토지개발공사 직원 셋이 서류뭉치를 들고 와서 송 의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것으로도 송광호 의원의 참례가 더욱 의미를 준다고 할 것이다.

공사로 인하여 상산재(常山齋) 재실에 전기가 끊어져서 물도 아니 나오므로 점심은 도시락으로 준비했다. 180인 분을 만들어 와서 모자란 것 같지는 않으나 반찬이 다소 부실하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아마도 과거의 뜨뜻한 국밥에 비교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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