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를 매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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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를 매일 들면

송병혁 0 2934

갓 태어난 송아지를 안아 올리기는 쉽다. “그렇지! 내가 이 송아지를 매일매일 들어 올린다면 이 놈이 다 커서도 들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송아지가 자라날 때 날마다의 운동으로 인하여 자신의 팔 힘도 늘어날 것이다. 마침내 1년이 지나고 이태가 되어 황소로 커갈 때도 들어 올릴 수가 있으리라.

실제로 우리는 그런 논리를 실천해보려고 한 적이 있지 않는가. 어렸을 적에 하루에 영어 단어 10개씩을 외우면 1년에 3,650개를 터득하게 된다면서 10개의 단어를 종이에 적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외운 적이 있었다.

얼마나 야무진 계책(計策)인가! 고등학교까지 8천 개의 단어만 익히면 상당한 실력이 되는데 이태 남짓 계속할 수만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런데 작심삼일(作心三日), 삼일천하(三日天下)로 그치기가 일쑤였다. 더러는 열흘, 단단히 마음을 굳혀서 간신히 한 달여 끌어가는 적도 혹 있었지만 앞의 것을 잊어버리거나 이런저런 핑계거리가 생겨 흐지부지해졌다.

논리적으로는 얼마나 설득력이 있나. 하루하루 끊임없이 진행되는 실행은 송아지를 매일 들어 올리는 동안 근육을 굳세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조금씩 그 무게를 늘려나간다면 점점 무거운 것도 들 수가 있을 테니까.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그리 용이치는 않다. 송아지의 성장속도가 하루에 1kg의 무게만큼씩만이 아니라 어떤 때는 더 빨리 불어날 수도 있다. 인간의 근육은 아무리 운동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으니 황소를 들어 올리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진보(progress)의 태도는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듯이 작은 진보일지라도 계속되면 결과가 나타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과 크게 다른 점 중의 하나가 인간은 진보하는 특징이 있다. 저절로 진보가 오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적 변화로부터 실험과 실행으로서 성취된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의사(醫師)가 소위 ‘비활동성(inactivity)’을 경고한다. 저절로 느려지고 덜 움직이려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한 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도록 에너지가 넘치고 생동력(生動力)이 충만한데 노년은 그 반대가 된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자꾸 운동을 강조하지 않는가.

하루에 한 시간씩 걷자는 것이 나의 운동 목표이지만 종종 건너게 된다. 하루 이틀로는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 운동을 하지 않는 결과로 인하여 그 다음날 당장 쓰러진다면 아마도 부득불(不得不) 계속하겠지. 그러나 며칠 운동을 중단해도 그런 급작스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으니 무심(無心)해지게 된다.

송아지를 들어 올리려는 사람이 단 하루라도 건너뛰면 그 다음날은 몰라보게 자란 송아지를 들 수가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 운동을 소홀히하다보면 혈당(血糖)의 수치가 올라가고, 혈압이 높아지며, 심장근육이 약해질지도 모른다.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아니할지라도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실천에서는 소홀히 하는 우리의 타성을 쳐서 이겨야 한다, 마침내 우리의 황소를 들어 올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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