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이 무슨 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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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이 무슨 복인가

송병혁 0 3959

  한창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찌는 더위라고 삼복증염(三伏蒸炎)이니, 뜨거운 날이라며 삼복염천(三伏炎天)이라 말한다. 초복, 중복, 말복이 삼복인데 복(伏)날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책력(冊曆)의 원칙은 초복(初伏)은 하지(夏至) 다음에 오는 세 번째 경일(庚日)이 된다. 그러니까 확정된 날짜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해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의 책력에서는 그 날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경일(庚日)이 무엇이란 말이냐. 60갑자를 칠 때, 갑을병정(甲乙丙丁) 하는 앞의 글자를 십간(十干)이라 부르는데 그 10간 중에서 일곱 번째가 되는 경(庚)자가 드는 간지의 날을 경일(庚日)이라 한다. 매일 매일에 간지(日日干支)가 있다. 그래서 경(庚)을 덥다는 뜻으로 하여서 삼복(三伏)을 삼경(三庚)이라고도 표현한다.

  중복(中伏)은 하지가 지난 네 번째의 경일(庚日)이다. 육십갑자에서 십간은 열 개이므로 경(庚)자가 들어가는 날은 열흘에 한 번씩 온다. 그래서 초복이 지나간 열흘만에 중복이 오게 된다. 2011년은 중복이 양력 7월 24일인 이번 일요일이다. 그러면 말복(末伏)도 그 다음 열흘만에 오는가?

  노(No!). 말복은 약간 엉뚱하다. 입추(立秋)가 지나간 첫 경일(庚日)을 말복으로 하기 때문에 초복은 10일간이지만 중복은 20일이 되는 수가 있게 된다. 2011년의 말복은 소위 월복(越伏)이라 하여 8월 13일로 중복이 길어지게 된다. 금년처럼 중복이 이렇게 길게 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복(伏)이란 무슨 뜻이란 말인가? 엎드릴 복(伏)자는 굴복(屈伏)한다는 뜻이며 숨는다는 잠복(潛伏)이나 매복(埋伏)의 의미도 있는 글자이다. 이 무더운 날씨에 도대체 무엇이 엎드리는가? 음양오행설에서 여름은 양기(陽氣)가 크게 성하므로 음기(陰氣)가 잠복하여 엎드려 숨는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음기가 엎드린 복(伏)이다.

  세상 원리를 모두 오행(五行)으로 해석하려는 오행설(五行說)에서 볼 때는 1년 4계절이 여기에 일치하지 않게 된다. 다섯이 아니라 넷이라 서이다. 춘하추동(春夏秋冬) 4계절은 자연의 순리인데 오행의 다섯 계절일 수가 없지 않은가. 4계절이 오행설과 불일치한다. 가을이 금(金)이라 금생수(金生水)하고, 겨울은 수(水)가 되므로 수생목(水生木)하며, 봄이 되는 목(木)은 불을 낳으니 목생화(木生火)한다. 여름인 화(火)는 흙을 낳아야(火生土) 하는데 가을은 금(金)이 되어서 맞지를 앉는다.

  도리어 오행설에서는 화극금(火克金)이라서 화(火)를 여름으로 해석할 때 가을인 금(金)이 거역하여 오므로 자연의 순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행설로는 5계절로 해야만 순리를 맞출 수가 있다. 일반적인 자연의 현상인 4계절을 5계절로 쳐야만 하므로 한여름에 토(土)가 되는 장하(長夏)를 하나 더 넣어서 다섯 계절로 만들어 오행의 순리를 해석해낸다. 이 삼복절기를 장하라 부르면서 이 계절이 엎드려 숨어진다고 하여 복(伏)이라는 말이다.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원리는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이 자연적 순환상생(循環相生)의 순리이다. 도리어 오행설에서 화극금(火克金)이라 하여 여름에서 가을이 오는 것은 상극이라 했으니 자연의 순리에 어그러진다. 그래서 자연의 순리를 위해서 반드시 토(土)가 가을에 앞서 하나 더 있어야 했다.

  삼복의 장하(長夏)라 하여 토(土)가 되는 계절을 넣으면서 이를 잠복하여 숨었으니 복(伏)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여름인 화(火)가 토(土)의 장하라는 계절을 낳게 하므로 순리를 맞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음기(陰氣)가 엎드리고, 장하(長夏)가 잠복하여 복(伏)이 되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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